얜지앙 비싸이의 추억
기본적으로 자신에게 충실하지 않고자 하는 사람은 없으며, 또한 스스로에게 책임감을 갖고자 하는 마음 또한 당연한 것이다. 그러하기에 자신의 목표와 꿈 등을 다른 사람들 앞에서 이야기하는 것은 한층 더 자신의 꿈을 현실화하고 구체화하는데 많은 도움이 된다.
심리학에서도 만약 어느 개인이 다른 한 사람에게 좋아하는 마음이 생겼을 때, 그것을 주위 사람들에게 고백하는 순간부터 그 애정의 깊이가 더욱 깊어지고 구체화될 수 있다고 한다. 왜냐하면 자신의 말을 지켜나가야 한다는 생각이 강하게 자리잡기 때문이다.
내가 중국에 온 것이 2004년 10월 달인데, 9월부터 인터넷 강의를 들으며 어느 정도 중국어공부를 했다. 한달 남짓 공부를 한다고 해서 뭐 얼마나 한다고 하실지 모르지만, 그래도 꽤 많은 단어를 외워낼 수 있었다.
예상 했던 일이지만, 다른 한국 학생들이 미리 한달 이상 수강하고 있었던 상무대학에서의 첫 수업들은 그리 유쾌하지 않았다. 수업의 내용이 문제가 아니라 다른 초급반 학생들이 다들 나보다 훨씬 잘하는 상황에서 도무지 갈피를 잡을 수가 없었기 때문이고, 두번째는 한국에서 공부하지 않았던 ‘성조’라는 것이 참 사람을 소심하게 만들어내었기 때문이다.
상상해보시라! 그래.. 나는 그래도 몇몇의 단어를 쓸 줄 알았고, 그것들이 무슨 뜻인지도 알고 있었다. 그런데 그것을 소리내어 읽기만 하면 무조건 틀렸다고 난리들이니, 다른 무엇을 자신있게 이야기하거나 읽어낼 수 있었겠는가.
헌데 지금 생각해도 참 이상한 일이다. 중국에서 20일 정도 생활을 한 11월 초쯤 선생님들이 나를 찾아와 곧 있을 “대련시 외국인 연설대회(얜지앙 비싸이)”에 참가해보지 않겠냐는 권유를 하신 것이다. 내가 본래 다른 사람이 무슨 부탁을 할 때 제일 약해지기도 하지만 다른 무엇을 생각할 필요도 없이 그런 대회에 참석을 해서 다른 학생들의 모습을 볼 수 있다는 것 자체로도 큰 의미가 있을거 같아 흔쾌히 그 제안을 받아들였다.
“나의 중국에서의 꿈”이라는 주제로 연설문을 만들어가면서 선생님들과 많은 이야기를 나눈 것이 그 때는 비록 준비하는데 정말 어려움이 많았지만 얼마나 즐거웠던지.. 나는 수업을 마치고 점심을 먹자마자 항상 사무실에 찾아가 선생님들과 같이 있기를 즐겼다. 그리고 나의 좋은 중국 친구들은 자신들의 일인양 매일 이른 오후부터 내 방에 찾아와 내 발음과 성조를 고쳐주었다.
11월 20일 동북재경대에서 있었던 6회 대련시 외국인 연설대회를 무사히 해냈다. 무사히 해냈다는 것이 잘 했다는 것이 아니라 그 당시 나의 중국어 실력을 생각하건데 연설문을 까먹지 않았고 또한 큰 실수를 하지 않았다는 것.. 그것만으로도 큰 성과라고 판단을 한다.(물론 지금도 그 때 나의 연설을 촬영해 놓은 동영상을 보면 스스로 얼굴이 화끈거려 1분 이상 보고 있지를 못하겠다)
올 3월 중국에서 공부를 하고 싶은 학생들(중국어를 접해보지 못한 분들)은 물론 준비에 혹은 유학비 마련에 어려움이 크겠지만, 그래도 남은 한 달 동안 학원에서 미리 중국어 성조를 공부해 보고 왔으면 한다. 그래야 나 같이 비참하게시리 타국에서 소심해지는 경험을 하지 않을 거 아닌가
그리고 중국에서 막 공부를 시작하는 시기에도 좋은 글 하나를 선택해서 매일 매일 크게 읽고 외우는 연습을 하는 것이 좋을 듯 하다. 내 연설문임에도 불구하고 처음에는 나는 그 문장의 뜻을 이해하지도 못하고 한 연습이었지만, 지금은 그게 나에게 정말 좋은 기회였고 공부였음을 알고 있기에 감사할 따름이다. 그리고 또한 나의 꿈을 많은 사람들앞에서 이야기하였기에 그 꿈을 위한 나의 책임감… 정말 이제는 얼마나 진지해졌는지 그것 마저 감사하다.